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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실험
먹기 실험 이후,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실제로 그렇다. 실험 초기, 냉동채식까스를 겨우 해먹던 내가 식혜랑 잼을 만들어 선물하게 되었으니. 실험이 종료된 이후에도 나는 요리 실험을 지속하며 간간이 내가 해먹은 음식들을 단톡방에 올리곤 하였는데, 그런 나를 보고 언니들은 '못 본 새 장금이가 다 되었네~'라며 북돋아주었고 나는 그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1. 혼자서도 잘 해먹어요. (feat. 언니네텃밭 꾸러미) 본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실험 이후 언니네텃밭에서 격주로 꾸러미를 받아 먹게 되었다. 여러 꾸러미 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것은 '나와 지구를 살리는, 채식꾸러미'! 매주 혹은 격주로 그때그때 다른 제철채소 4~5종과 두부 한 모, 간식거리 등을 보내주는 ..
이제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 두 개 싸는 것 정도는 허둥대지 않고 척척 할 수 있다. 물론 일상 곳곳에서 도시락님을 떠올려야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길 채소가게에 들려 매대에 나온 채소 한두 가지를 사고, 방을 닦거나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여러가지 방안을 짠다. 가방만한 배추 한 포기를 이천원에 샀었는데, 배추국 배추지지미 배추전 배추된장무침 배추계란볶음밥 배추겉절이로 질리지 않게 먹고 먹었다. 다음날 도시락 메뉴는 자기 전 날 정해진다. 눈을 감고 '내일 뭐 싸가지...'하는 고민을 끝내야 잘 수 있다. 냉장고 메모지에 도시락 메뉴를 적어두기도 하지만, 그대로 되진 않고 매번 전날 먹고싶은 것으로 선택한다. 저녁 일정까지 있는 날에는 두 개를 준비한다. 같은 것만 먹고 싶진 않으니 꼭 ..
1. 여전한 기생, 발전한 콤비 첫 실험을 시도한 후 벌써 반년이 흘렀다. 당시 나름의 변화를 확인했지만, 실험이 끝나면 도로 해이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실험의 효과는 은은하게(?) 지속되고 있다. ‘잘 먹기’에 대한 고민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나는 엄마의 밥상에 성실하게 기생 중이다. 엄마의 요리는 고기반찬 없이도 풍요롭고 새삼스럽게 맛있다. 실험 이후 엄마가 나보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 수고를 분담하고자 ‘오늘 저녁은 이거 어때? 내가 만들게.’ 하고 가끔 제안하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가 이미 생각해 둔 메뉴가 있었기에 내 제안이 실현된 적은 없다(쭈굴...). 사실 식재료를 구매하고 그날의 메뉴를 구상하는 것은 유기적인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엄마가 훨씬 뛰어나다..
쿰은 세상이 '상식적'으로 하는 말들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 묻는 일이 무색해진 오늘날 청춘들의 길찾기 프로젝트이다. 이상적인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말과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 앞에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리타분한 상식들에 품위있게 맞서기 위해 글을 쓰며, 무엇이 좋은 삶인지 직접 실험해보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원한다. 청년인생학교 쿰은 송석교육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활동하는 멤버십을 연간단위로 꾸리고 있다. 매월 정기모임과 별도의 비정기 모임으로 운영되며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문의 02.954.0203 / jh.lee@forestville.co.kr / songsuk.org * 쿰은 고대 아람어로, '다시 일..
1. 고기는 맛있고 채소는 맛이 없다? 실험 중 우리는 먹는 행위와 관련한 대중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너는 육식파니? 채식파니?'라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육식파 혹은 잡곡파였다. ‘채식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뭐니?’ 라고 되물었더니 ‘채식은 맛이 없다'고 답했다. '맛'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맛없다는 얘기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우리의 토론 결과는 "모든 음식에는 '맛'이 있다" 였다. 고기도 맛이 있고, 야채도 맛이 있다. 굴도 해조류도 미더덕도 특유의 맛이 있다. 단지 고기는 야채와 다른 맛을 내는데, 그 맛이 한국인 대다수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채소는 맛없다'는 말은 틀렸다. 2. 채식은 윤리적인가? 아마도 세간에서 가장 핫한 논쟁일 ..
| 나의 원픽밥상 |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기존의 요리를 따라해 보기도 하고, 변형해서 나만의 레시피를 창조해 보기도 했다. 우리가 해먹었던 많은 요리들 중 나름의 이유들로 나의 원픽밥상을 선정해 보았다. 이유는 가지각색. 메뉴도 가지각색. 누구나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지윤의 원픽 잡채 된장찌개 정식 부모님께 완성된 한끼를 차려드리고 싶어서 선정한 메뉴. 여러 음식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음을 느꼈다. 식사시간이 늦어지고, 동선이 꼬이고, 결국 엄마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성. 훨씬 더 많은 요리 수련이 필요함을 느꼈지만 서툴고 투박한 대로 좋은 시작이지 않았을까? 된장찌개 1. 애호박, 양파, 버섯을 먹기 좋게 썬다. 두부도. 2. 뚝배기에 반 정도 물을 담고 야채를 넣고 끓인다. 3. ..
* 이 인터뷰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밥상에 가장 열정적인 엄마를 직접 인터뷰한 글이다. 지윤은 쿰 참가자이고 현옥은 지윤의 엄마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지윤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요리하시나요? 식사를 준비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요? 현옥 요즘은 별생각 없이 담담하게 하는 것 같아. 애로사항이라면, 우선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원칙이 기본적으로 있는 거잖아. 일단 안전한 재료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고, 그다음은 우리집의 소득수준에 맞춰야 하는 경제적 문제가 있으니까 그 두 가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일 큰일인 것 같아. 이렇게 원칙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거기에 맞추는 건데 원칙을 지키려면 수고가 많이 필요해.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 떨어진 걸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고, 때에 맞춰서 생협..
#끼니를_때우다 #요리_의미_찾기 #요알못의_요리도전기 나는 9 to 6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장인이다. 독립해서 살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게 된 지 2년 남짓. 돈도 있고 시간도 있으면 더 잘 먹고 다닐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맛있고, 맛없고의 구분이 도무지 안가지만 사실 내가 하는 요리는 98% 맛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도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하루를 꽉 채워 의미 있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일을 꼼꼼하고 잘 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유독 먹는 일에 대해서는 소홀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실험을 시작하며 텃밭을 돌보고, GMO를 파헤치고, 공장식 축산을 멀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수많은 ‘의미 담긴’ 노력을 했지만, 두유나 빵 한 조각 ..
#기생하는_학생 #염치있는_기생 #가끔은나도요리사 #가끔주의 1. 실험대상 여기 18(+α)년째 학생인 사람이 있다. 태어나 딱 두 달간을 빼고 집을 떠나 살아본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그만큼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우리 집 식단을 책임져 온 엄마의 손에 의존해 왔다. ‘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일념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물색해 온 엄마는 35년째 한살림, 아이쿱 생협의 고객이다. 나와 형제들이 어릴 땐 단체급식을 먹이는 게 찜찜하다고 대안학교를 보냈으며, 나 고3 때는 급식을 대신할 도시락을 싸 주셨다. 지금은 집에 과일과 채소, 해산물을 구비해 놓고 매일같이 반찬과 국을 요리하신다. 지금껏 나는 내 손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고 불 위에 올리는 수고로움 없이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먹을..
#고민하는사람 #고민하는사람 #고민하는사람 0. 프로고민러 좋은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매사 생각이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답보다는 물음이 많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바꾸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그 중 첫 번째가 윤리적인 먹기이다. 무엇이 좋은 먹기인지 아직 잘 모른다. 다만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싶을 뿐이다. 일단 알고 느끼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실천하면서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그 고민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주길 바란다. 1. 식재료는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이마트와 마켓컬리의 친환경·유기농 인증 제품을 주로 이용하던 나. 편리하다는 이유에 이용했지만 다른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