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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실험

[에세이] 다진의 실험_고민하는 밥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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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다진의 실험_고민하는 밥상

2021. 2. 8. 11:43

#고민하는사람 #고민하는사람 #고민하는사람

 


0. 프로고민러
좋은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매사 생각이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답보다는 물음이 많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바꾸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그 중 첫 번째가 윤리적인 먹기이다. 무엇이 좋은 먹기인지 아직 잘 모른다. 다만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싶을 뿐이다. 일단 알고 느끼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실천하면서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그 고민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주길 바란다.


1. 식재료는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이마트와 마켓컬리의 친환경·유기농 인증 제품을 주로 이용하던 나. 편리하다는 이유에 이용했지만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실험을 시작하면서 어디에서 식재료를 구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대형마트, 동네마트, 하나로마트, 한살림, 재래시장, 길거리, 직거래 등등 ‥ 식재료는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식재료는 어떤 과정으로 유통되는 것일까? 선택지는 많은데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었다. 내가 판단하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한살림을 이용하게 되었다. 한살림 식재료는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가 보장되고, 누가 생산했는지도 표기되어 있어 그것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좀 더 책임감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되었다. 또한 유통과정에 있어서 생활협동조합을 중간에 끼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 긴 유통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보다 공정한 거래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닐포장재 등 쓰레기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지금 나의 선택 역시 완벽하지 않다. 또 혼자 사는 대학생에게 드는 한 가지 고민은 남는 식재료에 대한 걱정이었다. 최근에는 언니네 텃밭 채식꾸러미를 신청했다. 한살림과 비슷한 형태로 유통되는 제철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 나의 구매로 소농공동체에 힘이 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느낀다. 무엇보다 그때그때 다르게 오는 꾸러미 속 재료들로 요리를 더 즐겁게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재료에 대한 나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 가장 옳은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할 뿐이다.



2. 나의 선택을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먹기'를 실천할 때 가장 큰 걱정은 나의 '유별난' 선택으로 인해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식사가 욕망을 절제하는 자리가 되진 않을까. 그렇지만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진 육식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식당선택에서부터 메뉴결정까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에는 고민이 많아졌다. 좋은 먹기를 하면 즐거운 식사를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친구들과 인도 커리집에 가던 날, 앞선 걱정들은 접어두고 원래 좋아했던 버터 치킨 커리 대신 비건 커리를 선택해 보았다. 걱정했던 우려들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식사 자리는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그들이 나의 선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먹기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3. 나는 일상에서 이런 고민들을 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사 먹을 때,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는 어떤 커피를 사용할까? 시중의 일반 커피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생산자에 대한 노동 착취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여기서는 어떤 우유를 사용할까? 시중에 파는 일반 우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며, 그것은 소의 젖을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착취해서 얻은 산물일까? 특히,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은 어떻게 처리될까? 재활용 쓰레기는 다시 똑같은 제품으로 만들어져 말 그대로 “재활용”될 수 있을까? 라는 식이다. GMO와 가공식품이 우리 식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또 고민이 생겨났다. 채식을 지향하며 우유 대신 두유를 먹고 채식만두를 처음 먹어보게 되었는데, 두유에 들어간 대두는 대표적인 GMO였고 채식만두에도 GMO와 여러 화학첨가물들이 들어있었다. 맹목적인 채식 지향은 이런 문제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선택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이나 외식 자리에서 피할 수 없이 이런 것들에 노출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까? 가공식품은 모두 몸에 좋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좋지 않기보다는 덜 건강한 쪽에 가까울까? 그렇다면 한살림에 파는 가공식품은 괜찮을까? 실험이 끝난 후에도 나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